나의 우울, 그 곁에 있던 것
여러분들의 우울함과 어려움, 그 곁엔 무엇이 있었나요? 저에겐 작은 꽃다발이나 바나나 우유 기프티콘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 작은 것들로 하루하루를 살아낸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를 살게 한 작은 것들과 작은 말들에 대해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우리의 우울에 대하여, 그 이야기를 담아내는 일에 대하여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은 스물다섯 명의 인터뷰를 한 책입니다. 이외에도 <폐쇄병동으로의 휴가>, <망가진 대로 괜찮잖아요>, <오늘 밤만 나랑 있자>라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이 네 종의 책을 기획하게 된 까닭과 만들면서 있었던 일, 또 만들고 나서 겪은 이야기들을 나누어 봅니다.
'우울’을 다룬다고 해서 우울한 분위기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두 책은 모두 ‘이야기 되어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쓰고 만들었습니다. 두 책을 쓰고 만든 계기와 책 속 이야기들을 이야기 합니다. 책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 몇몇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뒷 이야기들을 꼽아 전해드릴게요.
『아무것도 할 수 있는』(2018, 위즈덤하우스)
우울증과 싸우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자는 주변 사람들이 건네는 수많은 위로의 말들보다 ‘이런 나를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우울증 환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이야기를 모아 엮었다.
나의 우울의 시작은 언제였는지, 그때 나는 어떤 기분과 생각을 했었는지, 그때의 나에게 힘이 되었던 말들과 상처가 되었던 말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고 지탱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그때의 나에게 하고픈 말들이 때로는 송곳처럼 가슴을 찌르는 듯한 가감 없는, 있는 그대로의 언어로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주변 사람들은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줄 수 있기를, 더는 ‘우리’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폐쇄병동으로의 휴가: F/25』(2019, 자화상)
조울증과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정말 이렇다 죽을까 싶어 제 발로 병동을 찾아 입원한 작가의 이야기를 실은 우울증 수기다. 열흘 동안 폐쇄병동에서 보내며 적어둔 일기와 메모 같은 것들이 이어져 있는 이 책은 ‘감금’의 느낌보다 관계와 삶에 그토록 원해왔던 ‘단절’의 느낌을 더 강하게 준다.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인간관계, 왜 버거운지도 모를 일상들. 그런 것들로부터 잠시 ‘쉼’ 버튼을 눌러주는 휴식. ‘폐쇄병동으로의 휴가’라는 타이틀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을 시간이 필요했을 이들은 위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