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에서 놀아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제는 모두가 알게 된 삼각지역에서 4호선을 타고 하나만 더 가면 숙대입구역이 나옵니다. 숙대에 다니던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면 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남영동이 이제는 애정을 갖게 된 동네가 되었습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몇 블록이 채 안되는 동네라 더 마음이 가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여기 찍어둔 장소는 꼭 다 가봐야지! 하는 느낌이랄까. 선택지가 너무 많은 동네에 가면 카페 하나만 가는 게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거든요. 왠지 더 바쁘게 놀아야 할 것 같아서 그런가 보아요.

아마도 남영동에서 처음 놀아보는 분들이 꽤 있을 것 같은데요. 일상의 바운더리 밖에 있는 새로운 동네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오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 대화의 주제는 '내가 회피하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가 오래 살아온 공간에는 상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매일 지나 다니던 집 앞 골목, 단골 술집, 안전하다고 느껴왔던 우리의 집에는 은근한 상처의 기억들이 묻어 있습니다. 그게 인생이고, 피할 수 없는 게 고통이라지만, 그러한 공간들에 있으면 편하기는 해도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용기가 생기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아무런 기억도 담겨 있지 않은, 새로운 동네에서 '피해 왔던, 피하고 싶었지만, 직면해야만 가슴 피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것들을 마주하는 연습을 해요.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후련한 상태로 나의 공간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그때는 아마 일상 속에서도 그 상처를 조금 더 잘 바라보게 될 수도 있겠어요.

* 남영동에 처음 가보는 분들에게 이번 코스를 강력 추천합니다!

🏘 오늘의 코스

> 고라니커피클럽(카페) → 도보 4분 → 샤넌서울(카페) → 도보 4분 → 퍼즈남영(바)

📍고라니커피클럽 @gorani_coffeeclub

오늘 만남의 장소입니다. 다른 동물은 많이 봤어도 고라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카페라니, 아무래도 제 취향을 저격하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나 봐요. 옛날 다방 같은 서울 감성과 미국의 미드 센추리 인테리어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요. 자리가 그렇게 넓지는 않으니 세 명씩 나눠 앉아 스몰토크를 시작할 거예요. 곧 맛있는 케이크랑 저녁을 먹을 거니까 디저트는 먹지 말아요!

📍샤넌서울 @shannon_seoul

밀키레몬 치즈케이크를 포장할 거예요. 순두부 같이 생긴 새하얀 치즈케이크에 레몬 소스를 뿌려 먹는 디저트랍니다. 제가 보았던 수많은 디저트 중에 가장 순수하게 예뻐요. 기교를 부리지 않아서 먹었을 때 팡팡 터지는 신 맛이 더 감동을 줍니다. 카페가 좁고 테이블이 꽤나 불편하기 때문에 요번에는 테이크아웃만 하구요, 한적한 골목에 있는 샤넌서울 공간은 꼭꼭 다음 번에 친구나 애인이랑 다시 오시길...

📍퍼즈남영 @pause_ny

너어무 마셔보고 싶었던 츠루우메 유즈(유자 사와) 때문에 갔다가 거의 모든 안주를 뿌셨어요. 부담스러운 가격대가 아니라 여럿이서 간다면 여기 있는 메뉴를 거의 먹어볼 수 있겠어요! 비주얼이 예뻤던 계란감자 샐러드보다는 배를 채우러 시켰던 치미추리 목살 스테이크가 맛있어서 놀랐습니다. 역시 술에는 고기가 짱인 듯합니다. 와인이나 위스키도 종류가 꽤 다양한 편이니 주말 저녁을 신나게 보낼 수 있어요.

* 캐치테이블을 통해 대신 6명 자리를 예약해 드립니다.

✅ 상세 정보

* 각 장소 별로 이용 방법, 추천 메뉴, 주변 맛집 및 놀거리 등의 상세 정보를 모임 2시간 전에 받아볼 수 있어요.

* 당일날 1부터 10까지 구체적인 진행 방법과 지령을 드립니다. 에디터가 미리 답사를 하면서 느꼈던 사항을 자세하게 정리해서 드려요.

* 참여비는 원활한 진행과 노쇼 방지를 위한 금액으로, 참여하신 게 확인되면 1-2일 후에 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