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린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내 얼굴이나 몸을 그린다는 뜻만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잠시 나를 멈추게 해줄 수 있는 행위가 바로 나를 그리는 행위, ‘자화상 그리기’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게 무엇이 소중한가, 따위의 식상하지만 중요한 질문이 깃든, 눈을 감고 숨 한번 크게 쉴 수 있는 그 공간이 자화상이라고 생각해요. 반복되는 하루 속에 그런 자화상이 차지할 수 있는 작은 틈이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좀 더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나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숨기고 싶은 그런 모습이 있나요? 가끔 내가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왜 그렇게 꽁꽁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까요? 나를 덮고 있던 가면을 덮고, 내가 감추고 싶어 한 그 모습을 마주해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그림으로 표현하고 나면 조금 더 가볍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누구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고, 잘 그렸다 칭찬받을 필요도 없고, 잘 만들어 팔 필요도 없다면, 여러분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나요? <내 사랑>의 모드는 에버렛의 집을 캔버스 삼아 그리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그리며 기쁨을 얻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모드가 되어서 내가 생각하는 눈, 코, 입 내가 생각하는 팔, 다리를 형식 따위는 잊어버리고 자유롭게 그려보아요.

먼 훗날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문득문득 미래의 내 모습이 궁금해지곤 합니다. 지금과 유사한 모습일까요, 아니면 완전히 다른 ‘내’가 되어있을까요. 현실적이어도 좋고, 꿈을 담은 모습이어도 좋습니다. 앞으로 내가 어떤 모습이 될지 그 기대감을 담아서 함께 마지막 걸작을 그려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