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괜찮은지, 나만 이렇게 불안한지 알고 싶었어요. 딴 사람들은 나 같은 고민 안하나? 다들 어떻게 살고있지? 궁금했고요 ”
어느 봄날, 용기를 내어 차회에 오셨다는 분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질문하셨어요. 서른 중후반이 지나고 나니 문득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고요. 또 다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부캐를 만들고 휙휙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나만 이 자리인가? 나도 뭐라도 찾아야 하는 건가 조바심이 들었다고요.
<리틀포레스트> 속 혜원이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예요. 시험도 취업도 뜻대로 안 되고 위로가 되어야 할 연애는 마음의 짐이 되고.. 에너지가 바닥난 혜원이가 할 수 있었던 건 일단 내가 왔던 그곳, 시작점으로 돌아가기.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소박한 밥 한 끼를 만들며 그렇게 다시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해요.
저도 삼십대 초반에 혜원이처럼 산 적이 있어요. 고단했던 서울 생활을 단숨에 박차고 용감무쌍하게 혼자 전라도로 귀농을 했었거든요. 결국 몇 년 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왔지만 지친 서울살이 중에 봤던 <리틀포레스트>를 누구보다 감정이입하며 봤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는 내내 농사를 짓고 흙을 밟으며 살았던 시절이 생각나면서 별 대단 한 것 없이 소박히 차린 밥상이지만 그것이 또 얼마나 힘이 되었는가를 새삼 떠올랐어요. 마흔을 앞둔, 혹은 마흔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은 방황중인 혜원이들에게도 나 자신을 위해 차린 따뜻한 밥 한끼의 마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음식으로 나를 대접하고 치유하고, 또 나를 알아가며 나를 사랑하게 되는 시간 함께 따뜻한 식탁을 채워갈 혜원이들을 초대합니다.
* 모든 모임이 끝난 후 야외소풍을 갑니다. 시골까지는 아니지만 나무숲속 원두막에서 서로 싸온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모임의 소회를 나눠요. (남산 거주 15년차 호스트의 도시락 스팟을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