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3년부터 음악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힙합저널리스트로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 일드마니아이자 일본문화 속에서 비로소 휴식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대량의 일본드라마 비디오테잎, 일본배우 화보집, 제이팝 시디, 레트로게임, 아니메 LD를 소장 중이며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일본에 5~6번 다녀왔는데요,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발전했던 일본힙합의 선구자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를 했고 이를 책으로 출간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또 올해 5월에는 힙합 탄생 50주년을 맞아 일본힙합의 아이콘인 래퍼 지브라를 대구힙합페스티벌에 직접 초청하고 모든 일정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왜 일본힙합과 관련한 일을 요즘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역시 일본문화에 대한 애정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유행을 무작정 따르기보다는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찾고 또 즐기자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케이팝과 미드의 시대가 왔음에도 저는 변함없이 일드를 보고 일본에 사는 유튜버가 들려주는 일본사회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틈날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여전히 일드를 보는지, 나는 왜 제이팝의 가사에 매력을 느끼는지, 나는 왜 일본문화에 끌리고 일본사회를 흥미로워 하는지에 대해 틈날 때마다 고민하고 정확한 답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건 곧 나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니까요. 단서가 떠오를 때마다 내용을 메모해놓았는데 그게 벌써 A4 1장을 넘겼네요.
미드나 한드보다 일드를 보는 건 기본적으로 취향이겠죠. 케이팝도 좋지만 제이팝에도 끌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건 나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과도 분명 깊게 연관되어 있을 거예요. 사람들이 일드는 오그라들어서 싫다고 하지만 저는 일드를 보면서 그런 걸 느낀 적이 한 번도 없구요, 사람들이 일드는 가르치려 들거나 교훈을 주려고 해서 거부감이 든다고 하지만 저는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약간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나는 어떤 사람이지? 아마 이 모임에 오실 여러분도 분명 저와 닮은 점이 많은 사람이겠죠?
가장 좋아하는 일드는 ‘슬로우댄스’이고 저는 사실 ‘H2'의 드라마 버전도 무척 좋아합니다. 8월에 나올 스피드의 바이닐을 기다리고 있고 ‘퍼스트슬램덩크’는 당연히 개봉일에 롯폰기에서 관람했습니다. 저는 가끔 뒤돌아서 가는 상대방의 등을 향해 90도로 숙여 10초 간 인사하는 제 모습을 상상합니다. 일드에서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감동이었거든요. 첫 모임에는 ‘타다이마’라고 속삭이면서 들어와 주세요.
* 1회 모임 끝나고 맥주 뒷풀이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