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의 관점에서 볼 때와 썸머의 관점에서 볼 때 너무나도 다르게 다가오는 <500일의 썸머>. 이 영화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타인에게 온전히 전달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방증하기도 합니다. 각자의 세계 속에 사는 우리가 어떻게 서로에게 닿을 수 있을지 얘기해보아요. 더불어 영화라는 장르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함께 얘기 나눠보아요.

사랑에 끝이 없다면 참 좋겠지만, 일생에 한두 번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랑이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옳은 끝맺음이라는 게 있을까요? 혼자만의 마음을 접는 데에도 정도(正道)가 있을까요? 또 결혼이라는 제도에 관해서도 말해보려 합니다. 인간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제도화되고, 그 제도가 다시 감정을 생성하는 일종의 순환 참조 구조를 말이죠.

플라톤의 <향연>에는 오랜 옛날 우리가 신들에 의해 반으로 갈라졌고, 그렇게 반쪽이 된 우리는 온전한 하나가 되기 위해 사랑을 찾는다는, 사랑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사랑 없는 우리는 반쪽짜리 존재에 불과한지 얘기 나눠보아요. 또, 여러분이 사랑을 느끼는 순간을 통해 사랑의 기원을 우리끼리 유추해보기도 할 거예요. 더불어, 공연과는 구분되는, 영화라는 장르가 성취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함께 얘기해보아요.

시간을 초월한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가 사는 모든 시공간은 이미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마치 흔들 다리를 걸어가듯 정해진 길을 위태하게 걸어가는 것일 뿐일 수도 있어요. 이런 관점에서, 운명적 사랑이란 결국 예비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것, 딱 그뿐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사랑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아니면 사랑은 우연에서 시작하는 걸까요? 모임의 마지막 자리이기에,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는 명제에서 출발한 철학적인 얘기들, 시청각 매체로서의 영화 등 보다 깊은 주제들에 관해서도 얘기 나눠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