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뭔가가 일어났어.”

연극 연출가이자 배우인 가후쿠는 작품을 다른 방식으로 마주하려 합니다. 그가 재구성한 대본은 여러 언어로, 낯선 몸짓으로 이루어집니다. 덕분에 가후쿠와 배우들은 연극을 연습하는 동안 ‘무언가 일어나는’ 순간들을 통과합니다. 가후쿠의 시선이 더해진 안톱 체홉의 희곡 <바냐 아저씨>는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곳곳에 스며들어 인물들을 연결합니다. 여러분에게도 재해석이 필요한 사건이 있나요? 영화는 그대로 묻어두기엔 미심쩍지만 다시 꺼내보기엔 두려운 과거에 대해 떠올리게 합니다. 삶을 회복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드라이브 마이 카>와 함께 이번 모임을 시작해봅시다.

“자네는 끝까지 살아남아.”

영화감독 지완은 오도 가도 못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작품이 개봉했지만 극장은 비었고, 오래 호흡을 맞춰온 프로듀서도 영화를 떠날 궁리 중입니다. 그런 지완에게 뜻밖의 제안이 도착합니다. 한국의 두 번째 여성 영화감독으로 기록된 홍은원 감독의 작품 <여판사> 필름을 복원하는 일자리가 생긴 겁니다. 적은 비용으로 막막한 작업을 시작한 지완은 오래된 선배의 발자취에 자신의 그림자를 비춰봅니다. 그들의 꿈은 깊은 어둠 속에서 조금씩 더 선명해집니다. 지완에게 홍은원 감독이 그랬듯, 내 삶의 모양을 다시 돌보게 하는 사람이 있나요? <오마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쉼보르스카의 시를 읽으며, 내가 그리는 마지막을 생각해봅시다.

“내 미친 꼴을 보려고 당신이 미친 짓을 했죠.”

세상은 팻과 티파니를 ‘미친 사람’이라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닐지 모릅니다. 팻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후 지독한 조울증을 앓고 있고, 티파니는 남편이 죽고 난 후 회사의 모든 직원과 동침했으니까요.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인연이 생긴 팻과 티파니는 서로에게 ‘미친 사람’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세상이 미쳤다고 손가락질하는 나를, 어쩌면 진짜로 미쳐버린 세상을, 비슷한 온도로 견뎌내며 춤춥니다. 여러분에게도 제정신 아닌 것 같았던 나날이 있나요?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왔나요? 팻이 읽다 던져버린 헤밍웨이의 소설과 함께 그 터널을 떠올려 봅시다.

“그 누구도 서점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

생기자마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책방이 있습니다. 세상을 떠난 남편과의 추억이 서린 동네에서 장사를 시작한 플로렌스의 서점이 그렇습니다. 책을 향한 애정을 공유하며 새 친구를 사귀고, 그 애정에서 비롯된 홍보로 손님을 모았음에도 플로렌스의 가게는 어려운 처지에 놓입니다. 마을의 부호가 그 부지를 다른 용도로 쓰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플로렌스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요? 독서가 금지된 디스토피아를 상상하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소설을 읽으며 우리에게 책과 영화가 소중한 까닭을 되새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