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실 때 보세요?“
”외롭지 않고 좋아요. 감독님 영화의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잖아요. 하는 말들이 별로 거슬리지 않으니까, 계속 보게 되고, 또 술 한잔 마시고 또 보고, 그렇게 자꾸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홍상수 감독의 2022년작 영화 <탑>에서 병수(권해효)와 선희(송선미)의 대사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날 홍상수 영화를 틀어 놓게 되시나요? 어느 인터뷰에서 홍상수는 ‘당신의 영화들이 지향하는 인물들의 정신적인 요소들과, 그 인물들의 개 같은 갈망을 어떻게 결합하시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머리를 긁적이며 ”저는 항상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전 자유롭지 않습니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답이 되나요?“라고 답합니다.
이 모임은 홍상수 영화에 대해서 대단한 미학적 논의나 영화적 지식을 나누는 모임은 아닙니다. 그저 누군가는 정신적인 차원에서, 누군가는 개 같은 마음으로 바라 본 홍상수 영화를 안주 삼아 서로의 미지근한 감상과 일상을 나누는 모임입니다.
홍상수 영화를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소주를 마시는 영화와 와인을 마시는 영화로 나눌 수 있다면, 이번 모임 <홍상수와 그린보틀>에서는 ‘2010년 이후 저도수 소주 시대의 홍상수 영화’를 안주로 삼아보려 합니다. 여러분, 자유로우십시오. 어차피 자유롭지 않을 테지만.
<우리 모임은>
1) 대사는 홍상수 영화의 미덕이죠. 매 회차 영화의 최애 대사를 나눕니다.
2) 소주는 홍상수 영화의 미덕이죠. 매 회차 대표적인 그린보틀 소주를 나눠 마십니다(알콜에 취약한 분들을 위해서 소독한 그린보틀에 담은 보리차가 제공됩니다. 그래도 함께 취해가실 거예요)
3) 취향껏 기타 증류 소주나 와인을 가져 오셔도 좋습니다.
4) 기간 내 개봉/재개봉하는 홍상수 영화를 같이 보러 갑니다.
5) 영화에 등장하는 아차산, 남한산성, 창경궁, 북촌 中 한 장소로 소풍을 갑니다.